Free

‘지극히 작은 자의 기도’를 읽고

홈페이지운영자 0 95 2019.11.04 23:13

 

                                                                                                                                                               - 박주원

 

 

   

며칠 전 안일권 목사님께서 직접 집필하신 지극히 작은 자의 기도라는 책을 내게 주며 읽어볼 것을 권하셨다.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체질은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독서보다는 알코올과 스마트폰에 빠져 지내왔기에 처음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책의 제목이 일단 흥미를 끌었고 읽으면서 점점 내용에 빠져들어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었다. 누가 읽더라도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고개가 숙여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안일권 목사님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ROTC 출신 장교로 전역한 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신 분이다.

그러던 중 과로로 인한 것인지 원인모를 시력악화로 그 회복을 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끝내 실명하고 이어 사업체는 부도가 나고 교도소 수감생활까지 하시게 된다.

어릴 때부터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에는 자신의 것을 아끼지 않는 삶을 살아오셨는데 돌아온 것이 이것이라니...

다른 것은 둘째 치고라도 두 눈의 실명은 삶의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나였다면 평생을 원망과 한탄 속에서 술만 마시며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목사님도 처음에는 절망과 한탄 속에서 방황하기도 하였지만 이를 돌이켜 원망보다는 오히려 참회의 눈물로 자신의 삶을 회개하고 신학을 공부하신다.

마태복음 2540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말씀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 곧 알코올 및 마약중독자, 해외동포로서 추방되어 환국한 자, 교도소 재소자, 노숙자 등을 위한 사역을 시작하신다.

 

나는 문득 안일권 목사님과 꽃동네 최귀동 할아버지의 출발이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북 음성의 꽃동네가 시작된 것이 최귀동이라는 걸인 할아버지가 자신보다 더 힘들게 사는 걸인들에게 자신이 구걸해 온 밥을 나누어 주며 시작했다고 했던가...

 

그렇게 목사님이 세우신 세계십자가선교회, 생명의 교회는 이후 30여년 간 중독자들을 비롯하여 버림받은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님의 일꾼으로, 새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모두가 단번에 변화되면 좋겠지만 몇몇 형제들은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하고, 또 일부는 나가서 종종 술을 마시거나 교회 혹은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고, 교회의 물건과 돈을 훔치고 심지어는 목사님에게 폭행을 하는 일까지 벌이기도 했다.

잠자는 방이 빽빽이 들이차고 더 이상 누울 자리가 없어 부엌에서, 또는 화장실에서 합판을 깔고 자고, 목사님 가족은 옥상에 천막을 쳐서 살기도 했다.

부식 살 돈이 없어 시장 바닥에 버린 채소들을 주워다

끓여 먹으면서도 하나님의 보호로 때맞춰 도와주는 손길들을 통해 선교회의 사역은 계속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형제들이 회복되어 가정으로 사회로 복귀했고, 혹은 주님의 종이 되어 새로운 곳에서 같은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내가 훈련받고 있는 여주 생명의 교회는 예전에 비하면 시설뿐 아니라 식사와 숙소 등 모든 면에서 한결 좋아진 환경이다. 나는 이곳에서 지내면서도 힘들게 훈련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예전 횡성에 있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먹을 것, 입을 것, 잠 잘 곳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각장애인 목사님과 사회에서도 포기한 중독자, 출소자, 가석방자, 노숙자, 행려병자, 해외에서 추방되어 환국한 자 등 ... 누가 봐도 여기서 변화된 새 사람이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이 선교회에 계속 역사해오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20대 초반에 알코올중독자가 되기 전 내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무엇이 되려 하기보다는 어떻게 삶을 살 것인가 고민했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나보다 힘들고 약한 사람들을 돕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오지의 선교사를 꿈꾸기도 했고, 내가 죽을 때 나는 이런 삶을 살았노라고 후회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후 한참을 알코올중독으로 세월을 허비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꿈을 이루고 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꿈은 아무 것도 모르는 망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나님의 일에 쓰임받는 것이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지, 이 길이 이 정도의 고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고 해낼 자신도 없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이 곳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또 일어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대하며, 이후 새롭게 거듭 날 형제들을 기대해본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안일권 목사님께서는 지극히 낮은 자들을 사랑하려고 본인의 노력으로 한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에 빚진 자 되어서 아태복음 2540절 말씀에 따라 우리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랑하셨던 것이 아닐까...

 

보통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마지막엔 나도 이 사람을 본받아 살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은데 차마 이번에는 그런 말을 못 하겠다. 그 대신 나도 이곳에서 훈련받는 동안 곧 40세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히 세우고 붙잡고 싶다. 알코올중독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여러 모로 소중한 것들을 느끼게 해준 이 책과 목사님께 감사드리며, “생명의 교회에 하나님께서 항상 함께 하시고 이 곳을 통해 영광 받으시길 기도한다.

Comments



Category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